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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북리뷰] 신참자-히가시노 게이고 (의도치 않은 약간의 스포가 있을 수 있음)

안녕하세요, 테루입니다😀

요즘 코로나로 집에만 있다 보니 책을 좀 읽고 싶어 지더라고요.

매일 바쁘게 지내다 보니 개인적으로 쉬는 시간도 별로 없었는데 밖에도 자주 못 나가게 된 참에 여유도 갖고 싶어 졌고요.

 

그러던 중 예전에 재밌게 읽었던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추리소설이 떠올라 읽게 되었고 그 책이 '방과 후'였습니다.

'방과 후'를 5일 만에 다 읽고 이젠 뭘 읽어볼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교보문고에 '신참자' 홍보 포스터가 붙어 있는 것을 보았어요.

그래서 '저 책 재밌나?' 하고 지나쳤었는데 바로 직후에 제가 요즘 종종 사용하는 '당근마켓' 어플에서 신참자를 팔고 있더라고요ㅎㅎ

정말 엄청난 우연 아닌가요?

 

이쯤 되면 이걸 사서 읽어봐야겠다, 싶어서 바로 구매해왔는데...

그 직후에 바로 코로나 상황이 엄청 심각해지는 것 있죠😰

 

책표지-앞면

 

요 책이 신참자입니다. 2012년 작품이고요,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인기를 끌고 후속작 영화까지 개봉되었다네요.

무엇보다 제가 예전에 서점에서 재밌게 읽었던 '가가 형사' 시리즈의 8번째 작품이라고 해요.

히가시노 게이고는 정말 다양한 작품을 썼지만 그중 한 번이라도 가가 형사가 나오는 작품을 보셨던 분들이라면 가가 형사 시리즈에 애착을 갖게 되실 것 같아요.

 

책표지-뒷면

 

저는 책 표지의 소개글을 독서 전에 한번 읽고 독서 후에 한번 더 읽는데요,

독서 전에는 대략적인 책의 느낌이나 개요를 알기 위해 읽는다면

독서 후에는 여운을 한 번 더 느끼고 '이 문구가 그런 의미였구나'하고 되새겨보기 위해 읽어요.

 

 


제목

해당 도서의 '신참자'라는 제목을 처음 봤을 때는 이게 무슨 말인가 했어요.

한국에서 신참이라고는 해도 '신참자'라는 말은 잘 안 쓰잖아요?

그런데 책을 어느 정도 읽고 보니 '신참자'란 가가 형사를 말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줄거리

옛 에도의 정취가 살아 숨 쉬는 도쿄 니혼바시의 닌교초 거리를 무대로 일어난 살인사건.

니혼바시의 한 아파트에서 홀로 사는 40대 여성이 목 졸려 살해되었지만 이 여성이 왜 이곳에서 살게 되었고 왜 살해되었는지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심지어 여성의 가족들까지도요.

그러던 중 니혼바시 경찰서에 새로 부임한 '신참'인 가가 형사가 이 사건에 투입되죠.

경찰이 수사를 시작했지만 며칠이 지나도 진전이 없었는데 가가 형사는 닌교초 거리의 사람들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기도 하고 날카로운 추리력을 발휘하기도 하며 사건을 풀어갑니다.

 

 

독서 후

책을 읽고 생각한 점은 히가시노 게이고는 역시 평범한 추리소설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뭔가 범인의 범행 과정이 놀랍다거나 트릭이 기가 막히다거나 하다는 뜻이 아니에요.

세상에는 이미 추리를 소재로 한 만화, 드라마, 영화, 소설 등이 수없이 많이 나와있습니다.

그만큼 범행 과정이나 트릭도 수 없이 많죠.

'신참자'는 살인과 트릭, 이 두 가지 요소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오히려 피해자를 둘러싼 수많은 인간관계와 등장인물들의 사연에 초점을 맞춥니다.

그리고 바로 그 점으로 인해 그 많은 독자들이 '가가 형사'의 매력에 빠지게 된 이유가 아닐까요?

 

아래는 제가 인상 깊게 봤던 몇 가지 소설적 장치들입니다.

 

닌교초-에도시대 정취를 간직하고 있는 장소, 라는 특징마저 범인이 흉기를 얻는 장소가 되는데 '타당성'을 부여한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등장인물이 이 거리에 실제로 살고 있고, 이 거리가 옛 정취를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이 흉기로 쓰일 수 있었다는 인과관계가 논리적으로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우에스기-가가는 겉으로 보기에는 맹한 신참 형사로 보이지만 실은 날카로운 추리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가의 추리과정을 보지 못하고 관련 인물들의 사연을 듣지 못한 일반 경찰이나 형사들은 가가를 그저 어리숙한 신참으로서 대하죠. 그런 점이 우에스기 형사에게 설명되지 않았다면 독자로서 상당히 아쉬웠을 텐데, 그 점을 '알아차리게 되는 인물'의 역할을 해 주는 인물이 바로 우에스기 형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우에스기 형사는 소설 속 인물이기도 하고 독자와 소설을 연결해주는 매개체이기도 하고 이야기를 완전히 마무리해주는 소설적 요소로도 보입니다.

 

상점가 주민들-상점가 주민들은 그저 엑스트라로서 사건 전개를 돕는데서 그치지 않습니다. 주민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이 소설의 주인공이 되어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있고 그 사연들이 이번 살인사건을 풀어가는데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바로 이 부분에서 소설의 생동감이 더 살아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외,

 

스치듯 지나쳤던 대사, 인물들의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나중에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되는 것이 정말 놀라웠습니다. 흐름이 너무 자연스러웠고 실제 인물들이 겪은 일을 지인에게 들려주듯 이야기를 진행하죠. 그렇다고 해서 이야기가 늘어지는 감도 없습니다. 이 책은 437페이지나 되지만 중간에 분위기가 처지거나 하지도 않고 군더더기 없이 진행됩니다. 헤아려보니 이 책도 5일 만에 다 읽었더라고요. 중간중간 본업도 하고 집안일도 해가면서 읽었는데도 말이죠.

 

또 한 가지, 이 추리소설은 다른 추리소설과 다르게 분위기가 으스스하거나 소름 끼친다거나 하지 않습니다. 결말은 살인으로 이어졌지만 가가 형사가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며 결국 따뜻한 방향으로 이끄는 과정을 읽고 있으면 오히려 훈훈한 힐링감이 느껴지기도 하죠.

 

끝으로, 이 책을 읽으신 분이라면 대부분 이 대사에 밑줄을 그으실 것 같아요.

 

"형사가 하는 일이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사건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받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 역시 피해잡니다. 그런 피해자를 치유할 방법을 찾는 것도 형사의 역할입니다."

 

비단 형사라는 직업뿐 아닙니다. 점점 인간관계가 삭막해지는 요즘, '최소한의 것'만 하는 것이 오히려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 되어버렸죠. 조금만 더 친절함을 베풀었다면, 조금만 더 그 사람 사정을 헤아려줬더라면. 이런 마음으로 일을 하고 사람을 사귄다면 세상이 조금은 더 나아질 것 같습니다.